오늘은 주 52시간 근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최근에도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실패한 정책이라고 언급되는 뉴스도 있었는데...
주 52시간을 잘 모르더라도
일과 삶의 균형 =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뉴스, 드라마, 영화, 광고 등에서 들어봤을거라고 생각되는데요.
그 워라밸의 시작이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주52시간이 왜 하필 많은 숫자 중에 52시간으로 정했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하죠.
1. 주52시간의 법적 근거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7호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
HR관련 포스팅에 단골이죠. 근로기준법 중 상기 내용이 2018년 3월 20일 개정되어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규모에 따라 적용시기가 조금 다르게 적용되었지만, 2021년 7월 1일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은 모두 주 52시간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52시간이지 아직 이해가 되지 않을거 같아요.
그리고 "1주"는 원래 휴일을 포함해서 당연히 7일인데, 당연한 말을 쓴 법조항이 이런 파급효과를 미치나 싶습니다.
구 분 | 개정전 | 개정후 |
1주일 기준 | 5일 (68시간) 소정근로40h 휴일근로16h 연장근로12h |
7일 (52시간) 소정근로40h 연장근로12h (휴일포함) 8시간 이내 휴일근로 : 150% 8시간 초과 휴일근로 : 200% |
이제 조금 차이가 보이시나요? 이해가 안 된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2.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배경
당시 대통령 선거시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게 정책 추진의 핵심이었겠지만
고용노동부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근거로 2016년 OECD 주요국 연간 근로시간을 제시했습니다.
한국 | 멕시코 | 프랑스 | 독일 | 일본 | 영국 | 미국 | OECD평균 |
2,052시간 | 2,348시간 | 1,383시간 | 1,298시간 | 1,724시간 | 1,694시간 | 1,789시간 | 1,707시간 |
OECD, Stats.OECD.org(임금근로자 기준)
낮은 노동생산성, 산재, 최하위권에 맴도는 행복지수, 높은 자살률의 주요 요인으로 "장시간 노동"으로 지적하고 근로시간 단축의 배경이라 설명했습니다.
주5일 근로시 약 월평균 소정근로시간 174시간 정도 되는데 그렇게 12개월 적용하면 2,088시간 나오는데
OECD의 2,052시간은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1년간 주말쉬고, 법정공휴일 4.5일만 쉬고, 연차휴가 없이 일하게 되면 나오는 시간이네요.
3. 주52시간 적용 방식
법 개정 전후의 근로시간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조금 더 구분해서 표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주68시간 적용 기준 (개정 전 근로기준법 적용시)
구 분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일 | 계 |
소정근로 | 8 | 8 | 8 | 8 | 8 | 40 | ||
연장근로 | 12시간 | 16시간 | 28 |
(소정근로 주5일 × 8시간 = 40시간) + (휴일포함 연장근로 MAX 12시간) = 68시간
② 주52시간 적용 기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7호 신설 적용)
구 분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일 | 계 |
소정근로 | 8 | 8 | 8 | 8 | 8 | 40 | ||
연장근로 | 12시간 | 12 |
(소정근로 주5일 × 8시간 = 40시간) + (휴일포함 연장근로 MAX 12시간) = 52시간
이제 비교해서 보기 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①과 ②의 차이는 결국 휴일의 차이입니다. 과거에는 휴일을 제외하고 휴일근로시간을 별도로 카운트했는데
법 조항이 신설되면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안에 포함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주52시간이 적용된 거죠.
4. 주52시간 도입시 미치는 파급 효과
최근에는 법 신설 때보다는 언급되는 비중이 작아졌지만, 도입 초기에는 회사도 또 직원들도 불만인 제도 취급을 받았습니다.
① 회사 : 최대한 일을 많이 해서 생산량을 올려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연장근로+휴일근로 포함하여 16시간을 줄이니 수익의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 있었습니다.
② 직원 : 연장근로는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받을 수 있어 경제적 기반인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하거나 줄어드게 되니 생활임금 감소돼서 싫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물론 휴일 단 하루가 아쉽도록 강한 노동강도로 일하시는 분들은 환영했지만, 당시 분위기는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난의 기사와 사설이 넘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 역시도 HR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은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근로시간이 단축됨으로 직원 입장에서는 적어도 워라밸적인 측면에서는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고민이 시작이 되었죠.
그러면서 생산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나오게 됩니다.
사무직이나 연구직군은 불필요한 회의 및 연장근로 지양 등 소정근로시간내에 업무를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출퇴근 등 근태 기록의 관리도 시스템간 연계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기도 하고,
심지어 업무용 PC나 네트워크도 연장근로 미승인자에게 작동되지 않도록 PC 셧다운 적용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하게 됩니다.
생산직군은 사실 근로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하는 구조이라
생산성 확보를 위한 신규 장비/설비를 도입하거나,
특정 시즌이나 업무량이 늘어나는 기간을 파악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을 검토하는 회사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회사와 직원 사이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동전의 양면 같은 효과들이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고 또 그렇게 적응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현재도 '눈치성 야근', '수당을 위한 연장/휴일 근로'가 없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초과근로시간이 기존보다는 낮아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주12시간이 넘은 근로를 한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조금은 실질 임금이 저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여유로운 저녁을 가족과 함께하거나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욱 법 적용 초기에는 정말 회사도 직원도 만족 못하는 계륵 같은 법 조항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 적응하고 있는 와중에 무언가 예외를 두거나 다시 과도하게 근로시간을 늘린다면 직원들은 정말 가혹한 노동강도에 노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의 워라밸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에 대해 고민하는 게 여/야 구분 없이 정치인들의 생산성 있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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